2010년 1월 3일 일요일

몰아본 푸른문학 시리즈

 

제1화~제4화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교훈 : 인간실격 생활도 뭇여자들이 앞다퉈 주워주는 꽃미남 아니면 못한다.


이제야 몰아보게 된 건 이 작품의 무게에 눌려 중간에 진도가 나가지 않은 점도 있었습니다. '저런 병신이 어디 있어'라고 웃어버릴 수 없는 이유, 이 작품이 많은 공감을 받는 베스트셀러이고 스테디셀러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자기 안에 요조를 갖고 있기 때문. 그것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잠시 눈을 돌려버린 건 그 괴물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인지도. 12월에는 디렉터즈 컷으로 극장판도 개봉.

 

2월에 개봉하는 실사영화의 선전문구는 <청춘문학의 최고봉>이라는데 애니판만 본 바로는 <루저문학의 최고봉> 같아요. 이 작품 어디에 청춘 하면 떠오르는 피치피치감이 있단 말인가요.
영화판 주인공은 이쿠타 토마. 우우우 요조 이미지라면 카세 료 민다. 이쿠타 싫어하지 않지만.

 


제5화~제6화 만개한 벚나무숲 아래 (사카구치 안고)

 

교훈 : 올봄 벚꽃놀이에는 보기 싫은 부장님을 모시고 가자.


시게마루 캐스팅 시망, 아키코 캐스팅 절반의 성공. 하여튼 반쯤 가창극인 이 작품의 히로인은 나나 상 이외엔 적임자가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남자가 제멋대로 살다가 인생 망친 다음 '그래서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돼' 라느니 떠벌리는 건 정말 못났다고 생각합니다만 아키코의 경우에는 정체가 알쏭달쏭하니 판단보류. 사람인지 요괴인지 정말로 존재했던 건지조차.

 

 

제7화~제8화 코코로 (나츠메 소세키)

 

교훈 : 평소 대화에 굶주려 있는 사람에게 비밀 이야기 따윈 하지 말자.


나쁜 사람따윈 아무도 없었죠. 감정의 쌍곡선이 비극을 자아냈을 뿐. 나쁜 결과가 벌어졌을 때 누군가에게 책임소재를 추궁하고 싶어 안달복달 하는 것이 때로는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그리고 모두가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도. A side B side로 이야기를 반복하는 장치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이 유명한데 나츠메 소세키 작품 중에서도 있었네요. 아니, 시간순으로는 오히려 소세키가 앞서나요.
아무려나 오오 소산 선생님.

 

 

제9화~제10화 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

 


교훈 : 우정도 맷집이 있어야 지킨다.


타이틀만 보고는 이거 희랍쪽 이야기 아닌가 했는데 희랍 이야기를 일본인 주인공이 각색하면서 겪는 심리변화를 묘사한 작품이 되어 있네요. 희곡과 현실, 과거가 뒤섞이면서 아주 흥미로운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매드하우스가 『데스노트』에서 갈고 닦은 폭풍필기씬도 다시 볼 수 있어 반가웠어요.


다자이 원작은 일본인 등장인물이 없고 순수 메로스 이야기뿐이라는데, <달려라 메로스>가 다자이 오사무 순수 창작물인지 원래 있던 이야기를 다자이식으로 각색만 해서 내놓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1930년대의 동양작가가 희랍이 배경인 소설을 창작한다는 건 너무 센세이셔널해서 말이에요. 또 같은 내용을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도 몇 번이고 만난 적이 있지만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 이름은 한 번도 본적이 없거든요. 하긴 그것도 우리나라 출판질서가 자리잡힌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만.


지금까지 중 가장 끈적함이 적은 주제에다 편집이나 카메라워크가 다이나믹해서 즐겁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세키 토모카즈 상은 정말 연기를 잘한다, 이 팩트에는 어떤 태클도 걸 수 없어요.


 
제11화 거미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교훈 : 『꽃들에게 희망을』을 읽어 두자.


마모 원맨쇼. 못하는 연기도 있겠지만 이건 아주 잘하는 연기였어요.

 

 

제12화 지옥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교훈 : 불구경 할 때는 안전거리를 확보하자.


조금 납득이 안 가는 각색이 되었습니다. 원작의 괴팍한 화가를 오골거리는 정의의 사도로 만들어 놨네요. 마지막에 화려한 벽화예술을 본 것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나미카와 다이스케 상의 소름끼치도록 재수없는 오카마 국왕 연기도 굿쟙!

 

 

 

내용면에서는 좋은 것도 마음에 안 든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들인 모양새는 이번 쿨 중에서 가장 쩔었습니다.
배우 사카이 마코토 씨의 기용은, 인간실격과 코코로에선 꽤 어울렸어요. 특히 삶의 의욕이 쏙 빠진 요조의 목소리는 이래서 가끔 배우의 기용도 필요한가 하고 납득할 정도로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작품들에서는 에러. 꼭 주인공 성우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야아~ 성우 구경도 잔뜩 하고 좋았겠다으! ㅡ,.ㅡ

 

 

마이 길티 플레져

 

새해가 밝아도 여전히 날짜기입에 그만 2009라고 적거나, 별로 실감 안 나는 나날이 한동안 이어지게 마련.
새해긴 새해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건 가키노츠카이테의 <웃으면 안되는 시리즈>가 나왔을 때.
여기에 드림매치까지 더해지면 해가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특방은 2월 설날이 올때까지는 신년 실감하기 힘들더라고요.

욕하면서 보는 나의 길티플레져. 특히 이번에는 러닝타임이 6시간이나 되어서 집중해서 본 분량은 반도 안됩니다.
가장 많이 맞은 사람은 이번에도 맛짱. 두번째는 하마짱. 역시 잘 웃는 사람이 잘 웃기기도 하나봐요.


 

이쯤 되면 엔도-치아키 관계가 가키의 하나의 상품 같아져서 슬프고도 오묘한 기분.

 

 

 

스티커 놀이

 

여자를 두근거리게 하는 3대 장소는 옷가게, 미용실 그리고 문방구.
삶의 가까운 곳에서 믿을 수 없는 발명품이 차례차례 진열되는 장면을 보면 '인류는 발전하고 있구나'하고 경탄합니다.
처음으로 테잎형 수정액이나 테잎형 접착제가 나왔을 때, 색색깔의 플래그를 발견했을 때 '쓰○엠은 어디까지 하면 만족할 셈이냐!' 속으로 외쳤습니다.

 

 

이번에 겟츄한 것은 아이디어 상품. 캘린더 스티커.
남아도는 만년다이어리에 갖다 붙이면 2010년 다이어리가 됩니다.
모니터 프레임에 붙여두면 달력 보려고 컴퓨터 시계를 더블클릭하고 캘린더가 뜨는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탁상달력을 두면 되잖아요?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탁상달력 스페이스가 안 나오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정리 못하는 여자라든지 성우 오키○○ 상이라든지.

간단하게 스티커 용지에 캘린더 프린트해서 빼면 되잖아요?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귀찮다규요.;

댓글 6개:

  1. 코코로... 하니 모모그레에서 2008년 10월에 나온 드라마CD판이 떠오릅니다;... 언젠가 들어야지 들어야지 하게되는 성우진(쇼상에 아상에 미키상에 마모루군에 호우코언니님;..)인데 어쩐지 손이 안가더라고요...;...

    한번 구해서 들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오는 한 해에는 사랑하는 성우님들(의 목소리)로 가득찬 한해가 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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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메로스 원작에서 "거의 전라가 되도록 미친듯이 달려서.."란 부분이 있던데 그것도 충실하게 살렸더군요 ㅎㅎ. 작화나 분위기가 너무 샤방해서 이정도 퀄리티로 BL애니를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달려라 메로스 원작만 읽어보면 그렇게까지 BL적인 느낌이 나지는 않는데 애니는 굉장히 BL분위기를 강조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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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naziah - 2010/01/04 01:24
    드라마시디도 있었군요. 원래 이런 꼬이는 연애물은 좀 니가테인데요. 영상은 아름다워서 잘 봤습니다만 소리로만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 정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나지아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득찬 한해 하시니까 말이죠. 봄신작에 아상과 호시상이 함께하시는 작품이 나온답니다.(배신자는 내 이름을 알고 있다) 이것도 드라마시디를 어서 들어야 될 텐데요. 에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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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Y_Ozu - 2010/01/05 04:25
    아이템(회중시계)를 매개로 한 마음의 전달이라던가, 섬세한 묘사로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했더라구요. 메로스 쪽은 너무 대놓고 우정우정 그래서 오히려 민망스러웠습니다. 각본가 커플 쪽이 BL기가 많이 느껴지더군요. 역시 비엘은 일본인.(결론이 삼천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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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달리셈 메로스를 읽어보니 글 맨 뒤에 '옛전설과, 실레르의 시로부터'라고 적혀있군요. 다자이 오사무의 창작 BL은 아닌가 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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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eaBlue - 2010/01/07 21:56
    예, 다른 이웃님 글을 읽어보니 태고적 얘기인 건 맞는 모양이에요. 키케로도 인용했었다고 하고.. 다자이는 실러 시를 토대로 썼다는데 당시 이처럼 옛날이야기 맘대로 각색해서 발표하는 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일본도 출판질서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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