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2일 금요일

형이야 외

1. 형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곧 왕.
그래서 기본호칭은 고객님. 고개나 허리는 늘 앞으로 엉거주춤. 입버릇은 네,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크레임이라도 들어오면 교통사고 가해자 된 마냥 안절부절. 100명중 한두명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때도 싫은 소리 못하고 쩔쩔.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절묘하게 피해가는 업종이 있으니 보세 남성복 매장.

 

"형이야~ 옷 보고 가~."

 

처음 남성복 매장을 구경갔을 때 들은 반말크리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뇌내에서 '손님한테 반말을! 손님한테 반말을! 손님한테 반말을...'이 영원히 리플레이.
여성복이나 여성용 매장에서는 아무리 나이 차가 나도 반말이란 생각할 수 없잖아요.
만약 옷가게 가서 '이모 보기엔 네가 이옷이 어울릴 것 같다'라는 얘길 듣는다면?
다시는 이용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인터넷에 험담 게시물 크리. 댓글로는 어쩜 그럴 수가! 공감댓글 수백개 예상.


퀘스쳔 : (일부) 남자들은 왜 반말 들으면서 돈 써줘요? +_+


 

2. 무셔븐 졸업식

 

뉴스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광란의 졸업식 흔적, 목격했습니다.
이 깡촌+보수의 고장에서.
밀가루 범벅에 사정없이 찢어진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여고생들이 줄줄이!
전쟁영화 말고 그렇게 미친듯이 찢어진 옷 입은 젊은이 첨 봤습니다.
허리선까지 찢겨올라간 치마를 힘겹게 여미고 가는데 애초에 교복을 어찌나 타이트하게 튜닝을 했는지 여밀 여분조차 거의 없더군요. 그래도 몰려다니면 덜 부끄럽다고 자기들끼린 깔깔거리며 갑디다.
거기 운전석에서 허리까지 내밀고 구경하는 트럭 운전수 아저씨, 양심 있수?


졸업식 때 난장을 만드는 건 '우리가 그동안 이렇게 고생했었다!'는 울분의 표현이겠지만
그 난장 제조방식이 왜 꼭 야동 시나리오를 닮아야 하는 건데, 응?


 

3.금붕어

 

지금 뭔가 먹고 싶은 게 있긴 한데, 그게 뭔지도 확실히 모르는 채, 생각하기도 싫은 채
남더러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거 찾아와서 떠먹여까지 달라는 사람, 종종 있습니다.
내생에 꼭 금붕어로 태어나라고 빕니다. 남이 주는 밥만 편하게 먹고 살게.

 

 

4. 새해입니다.


큰아드님, 한살 더 자셨으니 부디 눈꼽만치라도 어른스러워지셔서 자슥님들 좀 그만 다굴하십시오. 네가 낳았잖습니까.
그리고 마타타비 드리면 맨날 침 질질 흘리시는데 드러워서 못보겠습니다. 개선 좀 해주십시오.

 

큰따님, 표정은 얌전해갖고 제일 식탐 작살이신데요.
밥그릇 채워드리면 '이거 말고 맛있는거' 드립 그만 때리십시오. 사람도 디저트는 밥먹고 난 다음 먹습니다.
아침에 발톱 반만 세워서 저 볼따꾸 쌔려 깨우시는 것도 그만하십시오. 잠 깨면 인간 모닝커피 하기 전에 당연히 따님 맛있는 거 먼저 따드리지 말입니다.

 

둘째아드님, 새해에는 역동적인 모습 좀 보고 싶습니다.
의사샘도 중성화하고 너같이 안움직이는 고양이 첨 봤다 하시더라고요. 논문주제로 사용되면 집안망신입니다.
그리고 모래 좀 효율적으로 사용하십시오. 모래는 모래놀이 하라고 있는 게 아니고 응아 하라고 있는 겁니다. 맨날 온 방바닥에 흩뿌려 버리는 바람에 방바닥 버석한 건 둘째치고 모래푸대 날라대는 인간은 어깨가 빠집니다.

 

셋째아드님, 저 중성화하고 마킹하는 고양이 네가 처음입니다.
애비한테 다굴당하는 이유가 있지 말입니다. 너네들 칙칙이 때문에 커튼이 마우이 마냥 그라데이션입니다.

 

둘째따님, 넌 외출금지다. 임신하고 기어들어오면 죽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치어와 게살맛으로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년 2월 7일 일요일

꼬마 니콜라

꼬마 니콜라

개봉일 : 2010년 1월 28일
원작 : 글 르네 고시니, 그림 장 자크 상페
감독 : 로랑 티라르

 

니콜라 : 막심 고다르
알세스트 : 뱅상 클로드
조프루아 : 샤를 바이옹
클로테르 : 빅터 카를
외드 : 벤자민 에비아티
뤼퓌스 : 제르마 쁘띠 다미코
아냥 : 다미앙 페르데르
요아킴 : 비르길 티라르
니콜라 아빠 : 카 므라
니콜라 엄마 : 발리에리 르메르시
담임선생님 : 상드린느 키베르나
부이옹 선생님 : 프랑소아 제르비에 드메종

 

 

쇼타입니다. 더구나 반바지입니다.

반바지가 떼를 지어 뛰어다닙니다.

보지 않으면 안되는 겁니다.

 

 

 


르네 고시니.장 자크 상페 원작의 프랑스 대표 싹퉁바가지 초딩입니다. 그래도 미국대표인 개구장이 데니스나 일본대표인 크레용 신짱에 비하면 100배 양반이지요.
니콜라가 데니스나 신짱과 다른 점은 다른 둘은 동급생 레벨을 훨씬 뛰어넘는 독보적인 싹퉁이어서 언뜻 괴물처럼 보이는 데 반해 니콜라의 싹퉁은 그 나이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한 것이 현실과는 맞지 않는 바람에 벌어지는 비극들. 그니깐 이해할 수준이라는 거.
꼬마니콜라 시리즈를 꽤나 사모은 것 같았는데 지금은 한 권도 없네요. 워쨌을까.;;
장 자크 상페의 너무너무 귀여운 원화를 이용한 오프닝은 좋았습니다. 초반에 즐겁게 몰입하다가 중간에 답답, 마지막은 화목으로 끝맺음. 지모평점 별 셋 반+반바지 서비스 평점 별 반 개. 합이 별 넷.

 

전개는 니콜라 중심과 부모님 중심으로 나누어 같은 시간대 안에서 벌어진 두 가지 전개를 교차편집하고 있습니다.
니콜라는 요즘 부모님 금슬이 좋아진 걸 엄마가 동생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동화에서 보았듯 동생이 태어나면 자긴 숲에 버려지는 게 아닐까 걱정하지요. 그런 니콜라를 위해 친구들은 '니콜라를 돕는 모임'을 만들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을 어떻게 처치할까 함께 고민합니다.
동시간대, 니콜라 부모님은 직장에서 어떻게 봉급을 올릴까, 어떻게 승진할까. 어떻게 남편을 사장님 눈에 들게 할까, 사장님 사모님한테 구질하게 보이면 어쩌지 등등 어른다운 고민에 흠뻑 빠져 있지요.
이 두 가지 줄기가 때로는 독자적으로 전개되고 때로는 서로 부딪혀 비극을 만들기도 하면서 러닝타임을 채웁니다.
 
카피문구가 어른을 위한 동화라지만 어른 입장에선 민망해서 눈뜨고 보지 못할 광경이 속출.
고양이째로 커튼을 말아 세탁기에 처넣는 씬 같으면 애가 보기엔 만화 같아서 즐겁겠지만 어른은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그렇다는 이야기예요. <나홀로 집에>에서 도둑들이 너무 비참해서 이거 18금 때려야 되는 거 아니셈이라고 외친 새가슴 어른 여기 있습니다. 니콜라, 그러면 안돼. 그건 안돼. 다시 생각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민망한 상황이 나오면 괴롭다 못해 온몸이 비비 틀리며 채널을 돌리는 타입이라면 분명 고문으로 느껴질 시간대가 있습니다. 가없는 소년애로 어쩌든지 버텨 보도록 해요.

 

이 작품의 미덕은 좋았던 시절에의 향수일까요. 원작의 시간대로 영화화를 했으니 때르릉 소리가 벼락치듯 울리는 다이얼 전화기가 있던 시대입니다. 이 시절에 무엇이 좋았냐 하면요. 왕따가 없었어요. 소쿨족도요.
돈많은 애나 공부 잘하는 애가 평범한 애를 '수준 안맞아' 하면서 가까이 하길 꺼리거나
반대로 평범한 애들이 범생이나 부자를 보고 '아니꼬워' 하면서 따 시키는 분위기는 없어요.
니콜라의 악우들은 공부 못하는 애도, 부자도, 뚱보도, 싸움 잘하는 애도 있지만 그게 친구들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 아이의 개성이죠. 친구의 배경이나 못난 점 따윈 같이 노는 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아요. 그런 점이 훈훈해서 약간의 말썽 정도는 '아이쿠 애들아' 하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팀 부모팀이 양쪽으로 엉망진창으로 사건을 일으키다가
각각 꼴찌 클로테르의 화려한 반전과 니콜라 아버지의 식탁 재롱씬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합니다.
애나 어른이나 결국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매일 자기 나름의 전투를 벌입니다.
가끔 삽질하거나 자살골 넣을 때도 있지만. 인생은 예측불허, 그래서 삶은 그 의미를 가진다(A4)굽쇼.

 

 


 

지모의 남자구경 역사에서 기억에 남는 프랑스 남자란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과 꼬마니콜라 정도.
프랑스 남자 하면 왜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을까요. (프랑스 여자는 도도하다는 이미지)
영국남자는 모성애라도 불러일으키고 독일남자는 금욕적인 매력이라도 있지.
아,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봤던 아르튀르 랭보는 꽤 매력적이었어요. 배우가...
...미국인이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프랑스 청년들 분발바람. 프랑스남 하면 떠오르는 제라르 드빠르듀는 이미 은퇴했잖니.

 

 

 

추신 : 전연령 영화는 밤에 보러 갑시다.

2010년 2월 6일 토요일

고무뜨기의 극의를 깨달았습니다.

뜨개질 책이랑 뜨개용구랑 사고 한달동안 익힌 것이 모자방울 만드는 법.
그 다음 한달동안 익힌 것이 코 잡는 법.
그 다음 한달동안 익힌 것이 겉뜨기와 안뜨기.
그리고 어제 드디어 고무뜨기 하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나도 어엿한 목도리를 만들 수 있게 됐어! 겨울 다 갔지만 무슨 상관이야! 휘버!

 

아.

 

 


마무리하려면 코 막는 법도 익혀야 하는데. ㅇ<-<

 

 


 

5179340.jpg

이미지출처 : list.yes24.com


 

 

 

치짱 블로그 관람

 

2월 5일의 업데이트. 카부키쵸에서 돈가스 먹은 얘기 중

 

"실은 먹고 나면 죽도록 졸리워지는 체질."
-나랑 똑같은데 왜 당신은 뼈와 가죽만 있는 거냐. 먹고 자면 당연히 찌는 거잖는가.

 

 

 

 

 

 

 


"그래서 일이 있을 때는 거의 안 먹습니다."
-그랬던 건가. orz

 

"짐 캐리도 그렇대요."
-그 사람은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래서 아침 먹고 졸고 점심 먹고 졸고 저녁 먹고 자는 지모와 달리
하루종일 쫄쫄 굶다가 일 마친 후 먹다 졸려 쓰러지는 치짱입니다. 오래오래 살아야 해.


 

2010년 2월 5일 금요일

소주칵테일

거리에 살인자가 돌아다녀. 그는 괴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알파벳 대문자를 보고 외치면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사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 소문자는 안돼.
보도블럭의 이음매를 보고 X! 라고 외치면 옆 사무기기점에 진열되어 있던 제록스(Xerox) 복사기가 유리를 깨고 튀어나오는 식이야.
제일 무서운 기술은 B야. 사람을 보고 B!라고 외치면 몸속의 피(Blood)가 다 그를 향해 달려나가기 때문에 바싹 말라서 허옇게 죽고 말아.
우리쪽 능력자도 있지만 그는 S를 외쳐서 돌(Stone) 던지는 기술밖에 못 써. 그런 짓 해봐야 살인자도 실드(Shield )쳐버리면 끝인데.

 

그는 이유도 없고 구분도 없이 눈에 띄는 사람은 다 죽이고 다녀.
하지만 그에게도 한정조건은 있지. 밤에는 힘을 못쓰고 어딘가로 숨어 버린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낮에는 집을 버리고 폐업한 극장으로 모여들었어.
살인자는 외부인이야. 조용히 있으면 우리가 이 폐허에 모여 있다는 사실을 모를 거야. 거기 찡찡 우는 애 단속 좀 시켜요.
그 와중에도 용감한 방송인은 있어서 TV에서는 '자유의 소리 방송' 같은 게 흘러나왔어.
그런데 방송 내용이 뭐? 살인자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 있다고? 오 쎗.

 

사람들은 야음을 틈타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어. 어디든 좋아.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 저 징글징글한 허연 시체가 길바닥에 굴러다니지 않는 곳으로.
내 고양이들은 어느새 데리고 다니기 좋게 1개월 사이즈가 되어 있어. 착하다.
그런데 순찰 나가서 못 데려온 우리 큰아들 고양이는 어떻게 하지?
괜찮아. 걔는 영어를 모르니까 대문자의 영향을 받지 않을 거야.
캔 따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알아듣지만 그게 참치(Tuna)인지 연어(Salmon)인지는 모르잖아.

 

나와 고양이들은 자동차로, 기차로, 버스로 미친듯이 이동해서 작은 해안마을에 다다랐어.
평온해. 여기라면 나쁜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기력이 빠져서 손을 전봇대에 짚었어. 그런데
나한테 언제 포스트코그니션 능력이 생긴 거지? 전봇대가 보았던 광경이 눈앞에 그려져.
이런, 그놈이 여기 와 있잖아!

 

 

 

 


그러니까 소주칵테일 같은 괴한 술을 마시면 꿈자리가 뒤숭숭한 겁니다. 술은 섞으면 안돼요.

 

쇼츄와리 같은 거, 사도다!

2010년 2월 3일 수요일

우리집 탐정 못보셨어요? (ウチの探偵知りませんか?)

시구레 : 카키하라 테츠야 상
오니즈카 류노스케 : 코니시 카츠유키 상
오니즈카 토라츠구 : 미야케 켄타 상
사이 : 토리우미 코스케 상
오니즈카 조장 : 쿠스노키 타이텐 상
마마 : 사유리 상
시호 : 미야지마 에리 상
사쿠라 : 엔도 다이스케 상
호스테스 : 토쿠모토 에이이치로, 이시가미 유이치 상
카츠키구미원 : 미야사카 슌조, 타나바 야스히코 상
오니즈카구미원 : 타카하시 켄지, 카츠라기 마사노리 상

 

원작 : 키사라기 히로타카
발매 : 리브레출판 큐에그 레이블
상품번호 : CEL-019
발매일 : 2008년 12월 24일

 

 

신쥬쿠에서 영세 탐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류노스케와 시구레는 서로의 과거 따윈 모르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료사이, 그리고 연인사이. 지금은 밀린 사무소 집세 벌러 게이바 <미야비>에서 호스테스와 보디가드로 알바중. 이쪽도 짭짤하긴 하지만 어쨌든 탐정다운 일이 하고 싶은데…. 그러던 중 마마의 의뢰, 종업원의 집나간 고양이를 찾아줘? 이쯤되면 탐정인지 흥신소인지 모르겠지만 알 게 뭐냐. 그런데 같은 고양이를 야쿠자들도 쫓고 있었다. 목적은 목걸이에 달린 메모리칩. 그 안에 야쿠자의 고객데이터가 들어 있다고. 그러니까 직장에 USB 반입하지 말랬지!

 

시구레가 시나오카구미 시절 몸담았던 업종은 와카레사세야(別れさせ屋). 이별하고 싶은 사람, 이별시키고 싶은 사람 사이 찢어드리는 일이 주업무. 지금은 손을 씻었지만 전직 파트너였던 시호가 일손이 부족하다며 SOS를 친다. 그때서야 연인 시구레의 과거를 알게 된 류노스케는 업무상 있을 수 있는 상황들을 상상하며 질투를 불태우는데….

 

류노스케의 의붓형 토라츠구가 <미야비>로 동생을 데리러 왔다. 아버지가 몸져 누웠다며 탐정놀이는 그만하고, 시구레와도 헤어지고 정식으로 조직의 뒤를 이으라고. 이럴 수가, 저 대형견 류노스케가 오니즈카구미의 후계자? 류노스케는 후계 자리는 의붓형에게 양보하고 영세탐정업을 계속하고 싶지만 시구레를 건드리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끌려가고 만다. 지금이 오카마의 힘을 보여줄 차례. 전 호스테스 출동!

 

류노스케와 시구레의 사무소에 이번엔 류노스케 아버지의 의뢰다. 배다른 자식으로 태어나 권리는 없이 고생만 해온 사랑스런 큰아들 토라츠구에게 행복을 찾아 주길. 취지는 좋으나 느닷없이 그런 걸 어디서 찾아? 그러나 파랑새는 항상 가까이에 있는 법. 토라츠구는 비서 사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사이도 역시. 오냐, 전직 커플커팅 장인의 실력을 발휘해 이 둔치 커플에게 행복을 찾아주겠노라.

 

 

키사라기 히로타카 샘은 기본적인 재미와 짜임새를 보장합니다. 그런데 이 샘 작품을 보면 다른 벌려놓은 작품들은 어떻게 됐나 괜시리 걱정됩니다. 이런 거 그리고 있어도 되나 하고….;
상큼짜릿한 우케군과 대형견 세메군이 콤비를 이룬 탐정사무소. 둘 다 나름 사연 있는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많이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심각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 하고 있네요.


코니시 상과 카키하라 상은 이 작품이 첫 커플링. 요새 친근캐릭으로 변한 코니땅입니다만 할때는 확실히 페로몬 펑펑 풍기면서 해주십니다. 그러고 보니 러브리스의 소우비나 블러드 플러스의 카지 등 초절정 엣지캐릭을 맡으셨더랬죠. 언제부터 코니땅이 이렇게 친근하게 되었더라…. 개인적으로는 뱀부 블레이드의 이시다 선생님과 모야시몬의 미사토 선배 이후였어요.
그리고 카키는, … 얘 아무래도 이 바닥엔 안 맞아…. 왜 베드씬을 야전병원씬으로 만드니…. 간호사, 이 환자 산소호흡기! orz
금욕커플 아닌 둔탱이커플 형님네는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그림으로 본 사이 캐릭터가 너무 나긋하고 여리해서 놀랐어요. 토리우미 상이 이런 캐릭터에 지명되시다니, 연기폭 확장인가. 미야케 상은 동생을 오야붕으로 올리기 위해 평생을 살아온 토라츠구 형의 무거움을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이런 심각한 연기 정말 잘해요. 그러니까 이분은요. 숨소리만 안 거칠어지면 연기의 진지함은 세계 최고예요. 숨소리 거칠어지는 순간 개그로 변해서 탈이지.

 

씬만 빼면 그냥 유쾌한 탐정드라마입니다. 팔랑팔랑 나대는 카키는 아주 귀여웠어요.

 

 

 

달덩이같이 나온 카키

2010년 2월 2일 화요일

김영희 PD를 옹호하다

무한도전 복싱특집의 여운이 아직도 잔잔히 남아있네요.
굳이 승자와 패자를 가리지 않고 양쪽 다 껴안은 화면, 그리고 엔딩장면에서 3차방어전 안내멘트를 띄우면서 간접적으로 결과를 알려주었을 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띱아 김태호 짱먹어라"가 울려퍼졌을 터.
그리고 분위기는 묘하게 요즘 죽을 쑤고 있는 김영희표 공익예능에 화살이 돌아갑니다.
깔끔쌈박한 김태호 예능과 구구절절한 김영희 예능.
두 타입의 줄기가 완전히 다른 건 아니지요. 테오PD도 조연출 시절 <느낌표> 등 공익예능에서 단련했고 지금 일밤 연출진 중에는 무한도전에서 경력을 쌓은 제영재 PD가 있으니까요.

 

 

한겨레 인터뷰에서 밝혔듯 김태호 PD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요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일종의 거래 같다고 느낍니다. 당시에도 일부에서 거론되던 부분이었어요. 방송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선 게시판에 '내가 이렇게 불쌍하니 날 도와주세요'라는 취지의 신청서를 써내야 했으니까요. 어지간히 힘들지 않고선 할 짓 아니죠.
주말 예능이니 보긴 재미있게 보지만 한편 '저렇게 다 알려져서 괜찮을까. 전국적으로 얼굴 팔리는 건 물론이고 옛날 친구들, 옛날의 연인, 혹은 걱정할까봐 일부러 힘든 상황을 숨겨왔던 사랑하는 사람들도 다 알게 될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당시 러브하우스에 선정되었지만 가족 중 끝끝내 카메라를 피했던 학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해해요.
이런 방식은 현재 일밤에서 단비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무한도전은 최현미 선수의 (스릴 넘쳤을지도 모를) 탈북과정에 대해서도, 츠바사 선수의 (사연 넘쳤을지도 모를) 축구에서 복싱으로의 전환과정에 대해서도 딱 입을 닫아 버리고 현재의 모습에만 집중했습니다.


 

 

힘들어. 피곤해. 지쳐.

 

 

결국 대상을 다루는 방법론 문제인데요. 절절히 까놓는 방법과 살짝 숨기는 방법.
무한도전은 2007년 크리스마스 특집에서도 한 어려운 가정에 차량을 선물하면서 대상의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적이 있지요.
지금의 감성으로는 김영희 예능에 찬성하지 않지만 청소년과 청년기를 김영희표와 함께 보내 온 사람으로는 변호하고픈 부분도 있습니다. 시대상황이라는 변수도 있다는 거.
김영희 예능 시절에는 성금방송이 아닌 예능방송에서 한 일반인에게 막대한 도움을 준다는 컨셉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에요. 제작비를 좀 많이 써도 질타가 날아오는데 순수제작비 외의 금전 및 현물을 한 일반인을 위해 쓴다는 건 국민정서에 대한 모험이었죠.
그래서 국민에게 당위성을 얻기 위해 최대한 불쌍하고 구질구질하게 찍어야 했습니다. 봐요, 이 사람은 이렇게 불쌍하다구요. 이래도 마음이 안 움직여요? 그렇다면 당신은 냉혈한?

 

 

그렇게 힘들게 닦아놓은 길 위에서 후배들은 어느 정도 쿨하고 센스있게 공익예능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청자들은 연출자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본인 재량 안에서 금전을 운용하는 방식에 대해 수긍하고 있어요.
공익예능에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김영희 PD가 그때 익숙해진 방법론을 아직 못 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리 이전에 몸에 배어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김영희 PD를 구시대적 연출자로 모는 분위기에는 찬성할 수 없어요. 예능에서 자막이 이렇게 중요해진 것도 그분이 시초였고, 영상 중 다른 영상을 끼워넣는 교차편집(무릎 팍 도사의 히말라야산 같은)을 처음 시도한 것도 그분이니까요. 새로운 것에 대해 닫힌 분이 아니라는 거.
당장 타방송의 젊은 PD들의 연출과 비교해 봐도 그렇게까지 구질구질하고 구시대적인 건 아닙니다. 억울한 마음도 있을 거예요. 비교대상이 없었다면 나름 칭찬도 들으면서 선전했을지도 모르는데 하필 같은 방송국에 이런 괴물이.

 

 

시청자는, 움직이는 거야

 

 

참견하고, 보듬어 주고, 그 결과를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김영희 예능.
때로는 모른 척 하는 게 미덕임을 아는 김태호 예능.
시대가 이렇게 바뀌었네요. 사람이 시대를 바꾸었다는 게 맞는 말일지도.
저로서는 김영희 예능이 변화된 시대에 적응해 조금 더 감추고 끊는 미덕을 깨닫길 원합니다. 그 경박한 웃음소리를 더 듣고 싶거든요.

 

<이경규가 간다>때 이경규씨가 멘트만 치면 어느 스텝이 오디오 다 들어가게 미친듯이 웃길래 PD한테 싸대기 깨나 맞고 짤리겠다 생각했는데 다음회에 또 낄낄거리고 웃음. 매회 오디오 다 물리고 낄낄댐.
아무도 제지 안하길래 방송국 사장 아들인가 싶었는데 그게 김영희 PD였음.;;;;;

2010년 2월 1일 월요일

미유키치 풍년

 

듀라라라! 의 목없는 라이더 셀티의 CV가 4화에서 밝혀졌습니다. 사와시로 미유키 상.
이로서 저는 테가미바치의 라그, 너에게 닿기를의 야노, 싸우는 사서의 미레폭, 듀라라라의 셀티로 일주일에 네 번 사와시로 미유키 상과 만나게 됩니다.

 

 

 

 

 

미유키치, 너도 사채 썼냐!!!!

 

 

4화는 신라 원맨쇼였습니다. 쥰쥰, 꼭 드라마시디 녹음하는 것 같았겠어요.

 

 

 

 

목이 남아날까 걱정되는 업계중견. 달릴 땐 달리더라도 밥은 꼭꼭 챙겨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