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2일 금요일

형이야 외

1. 형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곧 왕.
그래서 기본호칭은 고객님. 고개나 허리는 늘 앞으로 엉거주춤. 입버릇은 네,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크레임이라도 들어오면 교통사고 가해자 된 마냥 안절부절. 100명중 한두명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때도 싫은 소리 못하고 쩔쩔.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절묘하게 피해가는 업종이 있으니 보세 남성복 매장.

 

"형이야~ 옷 보고 가~."

 

처음 남성복 매장을 구경갔을 때 들은 반말크리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뇌내에서 '손님한테 반말을! 손님한테 반말을! 손님한테 반말을...'이 영원히 리플레이.
여성복이나 여성용 매장에서는 아무리 나이 차가 나도 반말이란 생각할 수 없잖아요.
만약 옷가게 가서 '이모 보기엔 네가 이옷이 어울릴 것 같다'라는 얘길 듣는다면?
다시는 이용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인터넷에 험담 게시물 크리. 댓글로는 어쩜 그럴 수가! 공감댓글 수백개 예상.


퀘스쳔 : (일부) 남자들은 왜 반말 들으면서 돈 써줘요? +_+


 

2. 무셔븐 졸업식

 

뉴스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광란의 졸업식 흔적, 목격했습니다.
이 깡촌+보수의 고장에서.
밀가루 범벅에 사정없이 찢어진 교복을 입고 걸어가는 여고생들이 줄줄이!
전쟁영화 말고 그렇게 미친듯이 찢어진 옷 입은 젊은이 첨 봤습니다.
허리선까지 찢겨올라간 치마를 힘겹게 여미고 가는데 애초에 교복을 어찌나 타이트하게 튜닝을 했는지 여밀 여분조차 거의 없더군요. 그래도 몰려다니면 덜 부끄럽다고 자기들끼린 깔깔거리며 갑디다.
거기 운전석에서 허리까지 내밀고 구경하는 트럭 운전수 아저씨, 양심 있수?


졸업식 때 난장을 만드는 건 '우리가 그동안 이렇게 고생했었다!'는 울분의 표현이겠지만
그 난장 제조방식이 왜 꼭 야동 시나리오를 닮아야 하는 건데, 응?


 

3.금붕어

 

지금 뭔가 먹고 싶은 게 있긴 한데, 그게 뭔지도 확실히 모르는 채, 생각하기도 싫은 채
남더러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거 찾아와서 떠먹여까지 달라는 사람, 종종 있습니다.
내생에 꼭 금붕어로 태어나라고 빕니다. 남이 주는 밥만 편하게 먹고 살게.

 

 

4. 새해입니다.


큰아드님, 한살 더 자셨으니 부디 눈꼽만치라도 어른스러워지셔서 자슥님들 좀 그만 다굴하십시오. 네가 낳았잖습니까.
그리고 마타타비 드리면 맨날 침 질질 흘리시는데 드러워서 못보겠습니다. 개선 좀 해주십시오.

 

큰따님, 표정은 얌전해갖고 제일 식탐 작살이신데요.
밥그릇 채워드리면 '이거 말고 맛있는거' 드립 그만 때리십시오. 사람도 디저트는 밥먹고 난 다음 먹습니다.
아침에 발톱 반만 세워서 저 볼따꾸 쌔려 깨우시는 것도 그만하십시오. 잠 깨면 인간 모닝커피 하기 전에 당연히 따님 맛있는 거 먼저 따드리지 말입니다.

 

둘째아드님, 새해에는 역동적인 모습 좀 보고 싶습니다.
의사샘도 중성화하고 너같이 안움직이는 고양이 첨 봤다 하시더라고요. 논문주제로 사용되면 집안망신입니다.
그리고 모래 좀 효율적으로 사용하십시오. 모래는 모래놀이 하라고 있는 게 아니고 응아 하라고 있는 겁니다. 맨날 온 방바닥에 흩뿌려 버리는 바람에 방바닥 버석한 건 둘째치고 모래푸대 날라대는 인간은 어깨가 빠집니다.

 

셋째아드님, 저 중성화하고 마킹하는 고양이 네가 처음입니다.
애비한테 다굴당하는 이유가 있지 말입니다. 너네들 칙칙이 때문에 커튼이 마우이 마냥 그라데이션입니다.

 

둘째따님, 넌 외출금지다. 임신하고 기어들어오면 죽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치어와 게살맛으로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 1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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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장의 캐주얼 남성복 가게들은 확실히 좀 쌈마이스런 분위기가 있죠. 한국남자들은 대학만 졸업해도 옷가게에서 직접 옷을 사입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캐주얼이라면 더 그렇죠) 고객들이 주로 10~20대 초반이라 그렇게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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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옷차림이 얼마나 처참하셨길래 전쟁영화가 ...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식날 그런 식으로 쌓였던 것을 푸는군요. 왠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 지그문트 님은 식구가 많아서 좋으시겠어요. 특히 둘째따님은 잘 챙기셔야겠습니다. 외박 경험이 전에도 있으셨나 보죠 ..? (응?)

    떡국 맛있게 드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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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요즘 뉴스에서 한창 나오는 소위 말로 막장 졸업식들의..사진을 기사에서 보고서는 충격에 할말을 잃었답니다...=_=근데 목격을 하셨다니..ㅠㅠ

    새해 덕담은 지그문트님처럼..!<- /ㅅ/히힛~

    이번에는 너무 연휴가 짧다보니 뭔가 설날같지도 않고..갸우뚱하기도 하지만..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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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nonymous - 2010/02/12 23:07
    깔룽~ 비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음연타 환영합니다.ㅋㅋㅋㅋ

    우리 마마님들은 안좋아하시는 맛은 없어요. 사실 무슨 맛을 제일 좋아하시는지도 몰라요. 챡 하고 캔 따는 소리만 들리면 무조건 광분하며 달려드시기 때문에...;

    연휴가 금방 가고 또 출근이네요. 비밀님도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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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Y_Ozu - 2010/02/13 13:53
    그렇군요... 남자들은 나이를 먹으면 자기가 옷 사러 갈 일이 없군요. 거의 학생때 친구들이랑 놀러가듯... 전 우리나라 남자들이 숨겨진 M기질이 있나 싶었습니다. 옷집 형님들한테 구박받으며 지갑 털리는 거 보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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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미누샤 - 2010/02/14 05:09
    요즘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너무 심해서 사회적으로 많이 얘기가 돼요... 꼰대적 시선으로 보자면 아자도 야자도 체벌도 없이 놀토 끼고 학교다닌 것들이 뭐가 힘들었다고 저럴까 싶은 마음도 있는데 학생생활이란 다 자기 나름대로 죽도록 힘든 게 맞겠죠. 아무리 이해하는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해도 일부 광경은 너무 폭력적인 것 같아요...

    외박경험은 없는데 발정기라 주의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1초면 상황 끝이니까요. --;

    멀리서 떡국이나 챙겨드셨는지 모르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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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토리☆ - 2010/02/15 01:49
    속옷 훤히 드러내고 다니는 학생들 보니 쫌... 쇼크였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나체족 봤으면 그날 술마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연휴 짧은 것도 그렇지만 갈수록 설날이 설날같지가 않아요. 우리나라도 신정을 새해로 치는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 같네요. 설날 시큰둥해진 게 세뱃돈 받을 나이가 지난 다음부터인 것도 같습니다만;;;

    토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카밍처럼 팍팍 잘나가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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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 설은 받는 포지션에서 뜯기는 포지션으로 변했다는게 큰 변화였습니다(...)



    제가 졸업할적에는 그래봐야 밀가루 였는데,

    요즘은 정말 살벌하더군요. 기분 내는것도 정도 껏인데 제법 심하더라구요.

    남자쪽이나 여자쪽이나 나쁜쪽으로 방식이 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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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우와, 냥이님들이 많으시군요! 저도 냥이님들 키우고 싶어요.. 언젠가 꼭!!

    도쿄로 이사하고 나니 인터넷이 잘 되어 비로소 지그문트님 새 블로그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__);; 느닷없이 인터넷의 혜택을 누리려니 머리가 터질것 같네요 ^^;;

    뒤늦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텍스트 큐브로 옮겨볼까 생각중입니다 'ㅁ'... (이글루스는 부모님이 보시기에 모에모에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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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MayStorm - 2010/02/16 00:5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음... 애들은 설날만 되면 인사성이 밝아지죠. 제 어린시절 보는 것 같아 할말은 없습니다만;;;

    졸업식에 열나게 기분내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저흰 초중고대 다 그냥 덤덤하게 졸업했는데... 진학해봐야 아는 얼굴 또 볼 거고 같은 동네서 학교 다닐 건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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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그라시엘 - 2010/02/16 10:12
    냥님을 뫼시고 살려면 기관지가 튼튼해야 합니다. 검은옷을 싫어해야 하구요. 모래를 날라다닐려면 힘도 좋아야 합니다.;

    이사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젠 넷카페에 안가셔도 되나 보네요. 역시 컴질은 집에서 추리닝 입고 해야 맛이지 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블로그는 리얼월드의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안됩니다. 가족친지라 해도, 그것은 위험해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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